Korean | English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 (3)

2) 조사선에서 간화선으로의 전환


조사선 시대에는 선지식께서 선문답을 통해 제자를 지도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선지식 앞에 나아가서 묻는 사람치고 공연히 질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자는 불법(佛法)에 대해 비록 이론적 근거를 가졌어도 실제로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에 최선을 다해서 묻게 된다.


선지식은 의심을 하지 않고서는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참문하러 온 수행자에게 계속해서 공부인연이 숙성되도록 단련시킨다.결정적인 순간 수행자가 온몸을 던져 간절히 물었을 때, 안목 있는 선지식은 시절인연을 살펴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기연(機緣)을 선보인다.


의심이 목에까지 꽉 차있던 수행자 는 바로 의심을 타파하고 언하변오(言下便悟)를 맛보거나 그렇지 못하면 설상가상(雪上加 霜)으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어 더 큰 의심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선지식이 수행자를 일대일로 제접하면서, 참선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담금질 하는 것이 조사선의 가풍인 것이다.그렇지만 이미 근본에 대한 의심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물어 들어오는 수행자를 깨달음으로 이끄는 조사선 수행법은 스스로 의심에 들어갈 수 있는 근기와 시간적인 여유가 뒷 받침이 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이러한 입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렇다면 바쁜 현대인에게 짧은 시간에도 제대로 된 수행을 맛보게 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도대체 어떤 수행방법으로 그런 것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소납은 처음 가르쳤 을 때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화두만 들고 마냥 앉아있게 하는 방법상의 한계를 스스로 맛 보게 된 뒤, 공안 상에서 의심되어진 화두를 들게 하는 간화선 수행을 통해 상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핵심적 방법은 “단번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활구화두를 들도록 해서,답만 찾도록 집중시키는데 있다” 하겠다. 수행자가 혼자서 화두를 들 때 활구 의심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답은 찾지 않고 문제만을 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답을 찾는데 집중하다보면 몰람결에 활구의심이 활발발하게 살아날 것이다.


결론적으로 간화선은 조사선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두 수행법 모두 그 근본 원리는 동일하다. 즉 수행자는 의심에 걸려야 하고,그것이 점점 커져서 온몸에 꽉 차면,시절 인연을 만나 타파되면서 돈오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 같다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지식이 공안을 통해 초심자에게 화두를 걸어주고 결국 타파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간화선 수행이 현실 속에서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

Making Ganhwa Seon Accessible to the General Public

수불 스님 (안국선원 선원장) | Master Sub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