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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의 요지

의단 독로

일념이 만년 되도록 집중해서 답을 찾으려고 하다보면 정신적인 벽이 계속해서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때 머리로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오직 온몸으로 그 벽을 향해 더욱더 화두에 집중해서 부딪쳐가야 된다. 집중하면 할수록, 공부를 방해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지만 어떤 방해가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화두에만 집중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만일 화두에 집중하지 않고 방해 받는 것을 없애고 공부하려고 하면 방해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방해가 일어나든지 없어지든지 내버려두고 화두에 집중하다보면 방해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참구 중에 눈앞에 밝은 빛이나 형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갑자기 전혀 알 수 없었던 공안이 이해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것은 모두 경계이므로 학인은 경계를 가져 깨달음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병통도 옆에 선지식을 모시고 공부하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만일 혼자 수행하다가 이런 경계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선지식을 만나 뵙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답을 찾다가 활구의심이 익어지면 화두를 굳이 들려하지 않아도 들려지고, 내려놓으려고 해도 놓아지지 않게 된다.


이렇듯 화두의심이 회광반조(回光返照)되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들리지 않아서 안과 밖이 그대로 화두와 더불어 한 덩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연 따라 내면의 경계는 맑고 고요하더라도 화두 기운 따라서 목과 명치가 꽉 막혀 숨도 쉬기 어려울 지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이렇듯 온몸이 타성일편(他成一片) 되어 의단이 독로(獨露)하게 되면, 곧 시절인연 따라서 안목이 열리게 된다고 했다.


고봉 화상은 이렇게 말했다.

“의심하고 의심하여 안과 밖이 한 조각이 되게 하여 온종일 털끝만치도 빈틈이 없어서 가슴에 뭉클한 것이 독약에 중독된 것과 같으며 또 금강덩어리[金剛圈]와 밤송이[栗棘蓬]를 삼켜 꼭 내려가게 하려는 것과 같이하여 평생의 갖은 재주를 다 부려서 분연히 힘쓰면 자연히 깨칠 곳이 있을 것이다.(앞의 책, p. 62)”


의단이 독로되어 안팎이 한 덩어리가 되면, 곧 시절인연 따라 마른하늘에 벼락 치듯, 매미 허물 벗듯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통쾌하고 시원하며 가벼운 것이 마치 나무통을 맨 테가 ‘팍’하고 터지는 것처럼 문득 의단을 타파하게 될 것이다.


몽산화상은 이렇게 말했다.

의심들이 조여들면서 터질 즈음에 홀연히 댓돌 맞듯 계합하여 갑자기 ‘와!‘하는 소리에 정안(正眼)이 열리고 밝아지면서 집에 이른 소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기연(機緣)에 맞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며, 화살촉을 맞추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차별기연을 알아서 이전에 의심 때문에 막힌 것이 전부 다 얼음 녹듯이 흔적 없이 사라지면서 법법마다 원통하여 당(堂)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작은 깨달음에 그치지말라.


(《몽산법어》, 안국선원, pp. 29~30)